
헌법재판소 2022. 5. 26. 선고 2012헌바66 전원재판부 결정
주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 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위력’, ‘업무’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심판대상조항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고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업무를 방해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업무방해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여 업무 방해의 결과가 없는 경우도 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부당하게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그 책임의 정도나 이와 비슷한 행위태양을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의 법정형에 비하여 지나치게 형이 높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 쟁의행위에 대하여 일단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정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형사책임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의 법률유보조항을 삭제한 헌법 개정연혁의 취지에 배치된다. 또한 쟁의행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형법의 최후수단성과 보충성에 위배되고, 특히 소정근로가 아닌 휴일근로를 거부한 경우까지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쟁의행위 참가를 위축시키는 등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
판단
3) 특히 근로3권의 사회권적 성격은 단체행동권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단체행동권은 근로조건에 관한 근로자들의 협상력을 사용자와 대등하게 만들어주기 위하여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실력행사를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실력행사는 필연적으로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영업의 자유에 대한 손해의 감수를 요구하게 되고, 이는 기존 법질서 하에서 인정되는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하여 법질서 내부의 충돌과 혼란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단체행동권은 단지 국가가 소극적으로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보장될 수 없고,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근대 시민법 원리에 대한 수정이나 다른 기본권·법익과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활동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단체행동권은 단체행동권 보장 자체만으로 헌법적 보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자기 목적적인 기본권이 아니다. 단체행동권은 국가가 직접 노사관계에 개입하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마련하여 생활을 보장하는 대신 사회적·경제적 열위에 있는 근로자들의 협상력을 사용자와 대등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집단적인 노사관계의 자율적인 형성과 실질적인 자치를 달성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기본권이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기본적으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한다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그 바탕으로 하되, 사용자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단체행동권을 인정함으로써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스스로 생존권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도록 하여 사적자치의 원칙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다(헌재 1991. 7. 22. 89헌가106; 헌재 2014. 5. 29. 2010헌마606 참조).
다. 단체행동권 침해 여부
(1)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합헌의견
(가) 쟁점의 정리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쟁의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은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고, 이후 쟁의행위로서의 파업과 관련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 판시는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되었다.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헌재 2008. 1. 17. 2007헌마700 참조).
마)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의 금지 및 처벌과 관련하여 법원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의 경우에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와 같은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의 경우, 전격성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단체와의 교섭·협상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도록 하고, 이는 단체행동권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사용자가 사업운영상의 혼란이나 손해를 방지할 수 없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 등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 나아가 사용자에게 민사상 권리구제수단이 인정되어 사용자 개인의 재산적 손해 전보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직업의 자유 및 경제활동의 자유, 거래질서에 대한 저해가 민사상책임 부과만으로 예방되고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
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다.
(2)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일부 위헌의견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에서 단체행동권과 관련된 헌법적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쟁의행위 중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은 채 단순히 근로자들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행위(이하 ‘단순파업’이라 한다)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단순파업의 위력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전격성과 결과의 중대성을 추가하여 단순파업과 관련된 위력의 포섭 범위를 제한하여 해석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단순파업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규범의 내용 자체가 변경된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이 위와 같이 위력의 판단기준을 변경한 것은 피해의 최소성 판단에서 고려하기로 한다.
결론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은 합헌의견이고,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은 심판대상조항 중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 가운데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인 단순파업에 관한 부분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위헌의견으로, 일부 위헌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 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하여 합헌을 선고할 수밖에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헌법재판소 2008. 10. 30. 선고 2006헌마1098,1116,1117(병합) 전원재판부 [의료법제61조제1항중「장애인복지법」에따른시각장애인중부분위헌확인] [헌집20-2, 1089]
판시사항
가. 시각장애인에 대하여만 안마사 자격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비맹제외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구 의료법(2006. 9. 27. 법률 제8007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조 제1항 중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부분 및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82조 제1항 중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부분(이하 위 두 조항을 합쳐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에서 문제되는 기본권 및 이에 대한 위헌심사방법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나서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는 것인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신체장애자 보호에 대한 헌법 제34조 제5항의 헌법적 요청 등에 바탕을 두고 시각장애인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헌법적 요청과 일반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이 충돌하는 상황이 문제될 수 있는바, 위 법률조항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최소침해성 및 법익균형성 심사과정에서 이러한 헌법적 요청뿐만 아니라, 일반국민의 기본권 제약 정도, 시각장애인을 둘러싼 기본권의 특성과 복지정책의 현황, 시각장애인을 위한 직업으로서의 안마사제도와 그와 다른 대안의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형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시각장애인에 대한 우대처우로 인하여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받는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잉제한 여부와 평등권 침해 여부가 동시에 문제되는데, 그러한 경우에는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와 평등권 침해 여부를 따로 분리하여 심사할 것이 아니라 하나로 묶어 판단함이 상당하다.
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및 제75조 제1항에 규정된 법률의 위헌결정 및 헌법소원 인용결정의 기속력과 관련하여, 입법자인 국회에게 기속력이 미치는지 여부, 나아가 결정주문뿐 아니라 결정이유에까지 기속력을 인정할지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권 내지 사법권의 범위와 한계, 국회의 입법권의 범위와 한계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설령 결정이유에까지 기속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결정주문을 뒷받침하는 결정이유에 대하여 적어도 위헌결정의 정족수인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할 것이고(헌법 제113조 제1항및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참조),이에 미달할 경우에는 결정이유에 대하여 기속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는데, 헌법재판소가 2006. 5. 25. ‘안마사에 관한 규칙'(2000. 6. 16. 보건복지부령 제153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 중 각 “앞을 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위헌으로 결정한2003헌마715등 사건의 경우(헌재 2006. 5. 25. 2003헌마715등, 판례집 18-1하,112) 그 결정이유에서 비맹제외기준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한다는 점과 관련하여서는 재판관 5인만이 찬성하였을 뿐이므로 위 과잉금지원칙 위반의 점에 대하여 기속력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